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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일보

[칼럼] 사실혼, 더 보호받아야 할 엄연한 부부의 모습


 

하루는 50대 정도는 되어 보이시는 의뢰인 여성분이 상담 요청을 하셨다. 상담실에 들어가 본 의뢰인은 낯빛이 어두웠고 뭔가 불안해 보였다. 자초지종을 들어봤더니 약 10년 이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살았는데 이제 와 남편이 관계를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전업주부로 살던 의뢰인으로서는 생계가 걱정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테니,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10년의 사실혼 관계를 끝내줄 것을 말 그대로 갑자기 요구당한 셈이다.


사실혼이라는 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혼인의 모습 중 하나이고, 최근에는 결혼하더라도 일정 기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부부들을 쉽사리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실혼은 법률혼과 달라 법원을 통할 필요도, 숙려기간을 거칠 이유도 없이 당사자 중 누군가 끝낼 수 있다. 우리 민법은 원칙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법률혼 위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혼에 대해서 법률혼과 같이 보호해주고 있지는 않다.


다행스럽게도 사실혼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는 꾸준한 요구 아래 다양한 법률에서 제도권 내로 들이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근로기준법은 사실혼 부부에 대해서 부양자로 취급하기 시작했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하였을 때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할 권한을 인정하며,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대한민국 국민과 사실혼 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를 양육하는 다문화가족 구성원에게도 일정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판례는 사실혼을 부당하게 파기하는 경우 위자료를 청구하거나 재산분할청구권까지 인정한다.


이렇듯 법률혼과 비슷한 정도로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여러 가지 법적 장치를 만들고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법률혼에 비해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사실혼은 어느 정도로 보호받아야 할까?


사실혼을 파기하는 것이 지금보다는 어려워져야 할 것이고, 현재는 사실혼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가 친부를 상대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인지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데 이러한 절차도 더 간소화되어야 할 것이다.


법은 변해가는 세태를 반영하면서 조금씩 뒤따라오는 편이다. 미리 선제적으로 예상하여 만들어지는 법은 거의 없다. 최근 들어 혼인신고를 되도록 미루는 부부들이 많아지고 있고 자녀가 생기기 전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상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 법률혼과 같다고 보아야 하는 부부들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새로운 가족 단위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므로, 지금까지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실혼을 제도권 내로 들여서 보호해야 할 것이다.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 





참고
사실상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 법률혼과 같다고 보아야 하는 부부들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새로운 가족 단위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므로, 지금까지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실혼을 제도권 내로 들여서 보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