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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로 몰린 사람이 찾는 곳은?

2015.07.20 주간조선 윤정수인턴기자

 

YK법률사무소 유상배 변호사는 지난 5월 추행으로 입건된 회사원 김모(33)씨 사건을 맡았다. 김씨는 무거운 노트북 가방을 들고 만원 지하철에 탔다. 바로 앞에 여성이 서 있었기에 신체가 닿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 떠밀린 데다 가방 무게 때문에 의도치 않게 노트북 가방 끝부분이 여성의 다리 사이를 서너 차례 왕복했다. 여성은 김씨를 잡아 끌고 지하철에서 내렸고, 자신의 다리 사이를 촬영했다며 김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가방을 검사한 결과 카메라는커녕 스마트폰 촬영 사진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여성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김씨가 자신의 엉덩이에 성기를 비볐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씨는 추행으로 입건됐다. 유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혐의를 부정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나서야 김씨는 불기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유 변호사에게 “몇 달간 성범죄 피의자로 낙인찍혀 괴로웠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지냈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아직도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두렵다”고 털어놨다.
   
   지하철 성추행 입건 건수가 증가하면서 김씨처럼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과 이들의 억울한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성범죄 전문 변호사’도 속속 늘고 있다. 형사 사건을 처리하는 법률사무소 중에서도 성범죄 변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인 및 법률사무소만 30여곳에 달한다.

 

   서울 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서울 지하철역 성범죄 발생건수는 총 1110건. 2012년 848건, 2013년 1026건에 이어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 경찰 통계에 따르면 지하철 추행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장소는 전체 1110건 중 ‘전동차 안’이 51.8%(325건)로 1위를 차지했고, 유형별 통계에서는 신체적 접촉 추행이 전체 54%(491건)로 1위, 스마트폰 등을 사용한 도촬(盜撮)이 33%(234건)로 2위를 차지했다. 지하철 성추행이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시간대는 27.4%(172건)를 차지한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의 출근 시간대다. 도촬의 경우 사진 증거가 남아 범행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신체적 추행은 특별한 증거가 남지 않는다.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끼여 있는 출근 시간대 지하철 내에서는 의도치 않은 신체적 접촉이 빈번하다.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억울하게 몰리는 사례도 꽤 있다.
   
   검사 출신에서 변호사로 변신, 성범죄 재판 변호를 맡아온 YK법률사무소의 유상배(38) 변호사는 성범죄 변호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성범죄는 집행유예, 벌금형 등 형사처벌이 확정되기만 해도 신상정보등록이 의무화됐다. 경우에 따라 주거지 인근에 성범죄 사실이 통보되는 신상고지명령까지 내려질 수 있다. 소위 ‘도촬’이나 찜질방, 지하철 등 공중밀집장소추행도 강간과 같은 성범죄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또 사회 분위기상 절도로 인한 100만원 벌금형보다 성범죄로 인한 100만원 벌금형이 더욱 악질로 받아들여진다. 피의자들로서는 성범죄 변호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성범죄 사건은 대부분 피의자와 피해자의 ‘진술 싸움’으로 이어진다. 물적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들은 자문의사와의 협력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진술’이 중요하다 보니 수사 심문 과정에서부터 변호인이 동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YK법률사무소 유상배 변호사는 “남자든 여자든 수사 과정에서 수치스럽고 두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입 한 번 뻥긋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사 상황 자체가 낯설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때문이다. 진술을 대신해 주지는 못하지만 변호사가 동석하는 것이 의뢰인의 심리적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 전담 변호사들이 성범죄 피해자나 피의자들에게 강조하는 건 “빨리 법률사무소에 방문해 상담하라”는 것이다. 객관적인 증거가 소실되기 전에 변호인과의 상담을 통해 명확한 대처법을 찾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성범죄 전담 변호사들은 “피의자들이 재판 과정에서 무조건 부인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라고 조언한다. YK법률사무소 유상배 변호사는 “무조건적인 부인은 반성의 기미가 없어 보여 괘씸죄가 추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